건포도 : 독서 소식좌들에겐 적극적으로 추천하기 어려운 책입니다! 이 작품은 특정한 기간을 두고 읽겠다는 의지보다는 한 장, 한 장 포경선에 첫 승선하는 선원처럼 천천히 모르는 말이나 어려운 내용이 나오면 검색도 하고 문장을 상상해보면서 책을 체감해가는 느낌으로 평생에 걸쳐 읽어야 할 것 같아요.

호두 : 확실히 만만치 않은 책이였어요. 마이너하고 어려워 보이지만, 범접할 수 없는 무언가에 대한 경외심 혹은 두려움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풍부한 책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아몬드 : 저만 그런 게 아니였군요, 분량도 그렇고 분위기도 그렇고 솔직히 읽기 쉬운 책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재미있게 읽었어요. 끝까지 읽고 책을 덮었을 때 그 진가가 나오는 소설이라 생각합니다. 피쿼드호의 다양한 인간 군상, 모비딕, 바다…참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소설이었습니다.  

캐슈넛 : 마치 하나의 영상을 보는 듯한 묘사와 섬세한 인간의 내면을 구체적으로 표현한 책... 그냥 내용이 아니라 표현 자체만으로도 읽어보는 걸 추천해줄 것 같습니다.

  마카다미아 : 모비딕을 꼭 읽어야만 하는 이유를 떠올렸을 때 저는 딱 3가지가 생각났어요. 일단, 정말 평생 살면서 경험해보지도 못했을 것 같은 포경업이라는 세계를 이렇게 책을 통해 자세하게, 가끔은 너무 많이 알게 되었다는 점이고요,

  건포도 : 칭찬인거죠? 😅

  마카다미아 : 칭찬이죠...! 두 번째는 "원피스"라는 작품도 떠올랐어요. 오락 만화와 비교하기가 조금 그렇긴 한데, 원피스도 모비딕처럼 캐릭터 구성이 굉장히 좋은 작품이거든요. 각 작품의 제목인 '모비딕'과 '원피스' 라는 소재가 가지는 위상도 작품 속에서 같고요. 마지막은 바다로 뛰어들수 밖에 없는 운명을 가진 이들의 삶을 세밀하게 조명하는 작가의 필력인 것 같습니다.

호두 : 고전 중의 고전. 현대의 빠르고 간결하고 단순하며 직관적인 글에 지친 이들에게, 이토록 사실적이고 풍부한 글이라면 추천하지 않을 이유가 없죠! 또 <스타벅스>의 상호가 모비딕 속 1등 항해사 ‘스타벅’의 이름을 따왔다는 것도, 알고 계신가요? 스타벅스 갈 때마다 스몰토크 주제로 딱🤣

  건포도 : 저는 개인적으로 ‘성경책’을 읽는 기분이었어요. 🙏 시종일관 고래에 대한 찬양과 담대한 모험 이야기 때문일 수도 있고, ‘고래’라는 신성한 것을 쫓는 선원들과 결말은 마치 저 하늘에 닿으려고 했던 '바벨탑'이야기가 떠오르기도 해서 그럴까요?

개인적으로 <모비딕>을 읽어야 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책 전반에 걸쳐 녹아 있는 삶과 죽음에 관한 심오한 이야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어요. 바다, 포경업, 선원, 고래를 다루면서 자연스럽게 인간의 삶에 밀접하고 영원한 진리의 것들을 작가는 쏟아내고, 그것을 읽으면서 매번 감탄할 수밖에 없었어요. 심지어 저는 "와... 이 문장 대박이다"라고 생각한 구문을 워드로 따로 저장해 두었습니다. 그중 하나 소개해주고 싶어요.

“길고 날카로운 창을 고래에게 천천히 박아 넣었다.

그리고 창을 그대로 둔 채 조심스럽게 연신 휘저었다.

마치 고래가 삼켰을지도 모르는 금시계를 창끝으로 더듬어 찾아서 시계를 망가뜨리지 않고

갈고리에 걸어서 꺼내려고 신중하게 애쓰고 있는 것 같다.

그가 찾고 있는 금시계란 다름 아닌 고래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목숨이다.”

  아몬드 : 솔직히 저는 대가들의 문체를 명확하게 구별하고 분석할 정도의 수준은 안 됩니다. 그런데 모비딕은 유독 읽는 내내는 마음을 울렁이게 했다고 해야하나…그런 것들이 있었어요. 비슷한 느낌으로 저번 이방인을 읽을 때도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초반부터 그런 느낌을 받았던 걸 보면 문체가 주는 매력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압도적인 두께를 떠나서🙄, 어떤 경험을 통해 압도감을 느껴보고 싶다면 모비딕을 완독하시는 걸 적극 추천해 드립니다. 

캐슈넛 :  시간이 얼마나 걸리더라도 꾹- 참고 끝내 다 읽고 나면, 이 세상의 사람이 ⌜모비 딕⌟을 읽은 사람과 안 읽은 사람으로 나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거의 모든 책들이 그러하지만, ⌜모비 딕⌟은 특히나 ‘읽은 사람들’의 2차 해석 혹은 서평을 이해하면서 느끼기 위해서라도 완독을 도전해보셨으면 합니다. 무엇보다 뿌듯하니까요! 자신과의 싸움 같기도 하고... 물론 저도 처음 읽어봤지만, 앞으로 반복에서 다시 읽어봐야겠고 생각하면서 꾹꾹 눌러가며 읽었던 책이기 때문입니다.

  아몬드 : 2022년에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산전수전 다 겪은 소설가일 듯.

캐슈넛 : 고등학교 사회 선생님! 그치만 이제 인문학적 소양이 깊은… 그래서 고등학생들에게 세상의 다양성에 대해서 눈 뜨게해서 일부 학생들이 ‘사회 선생님’의 꿈을 꾸게 하기도 하는 ... 사람일 것 같은

호두 : 저도 비슷해요. 근데 저는 철학 교수님! 그런데 저명한 교수 등이 되어서 TV에 나오거나 하진 않고 자신만의 공간에서 깊은 학문을 만들어낼 것 같은… 방구석 철학가..?

  건포도 : 약간 2022년, 허먼멜빌이 한국의 20대라고 한다면, 일단 뭔가에 미쳐있는 사람임은 분명해요. 그리고 뭔가 가끔 인터넷 커뮤니티에 자신이 미쳐있는 분야에 대한 글을 올리는 데 너무 필력이 좋아서, 반응이 되게 좋은 거죠. 이곳저곳 그가 쓴 글이 인터넷에 돌아다니다가 나중엔 이게 미디어에 포착돼서 인기를 얻게 되고 이어서 유명 지식 유튜버가 되고, 결국은 잘나가는 작가가 될 것 같은... 너무 구체적인가요...? 🦧

  피스타치오 :  맞아요. 무엇보다 무슨 일을 하든, 지독한 사람일 것 같아요. 그 당시 이렇게 정보가 넘쳐나는 사회도 아니고, 어떻게 ‘고래’에 관한 지식을 빠짐없이 모았는지... 경이로워요. 심지어 ‘흰색’이라는 색깔을 통해 고래의 위엄을 찬양하는 부분은 광기가 느껴졌어요.😱 어쩌면 <모비딕> 속에서 작가와 가장 닮은 인물은 지독한 고래 집착러 “에이헤브”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캐슈넛 : 자연! 건드리지 않으면 해치지 않는. 건들였다가는 언젠가 크게 돌아오는.. 쉬이 넘을 수 없는 벽같은 게 아닐까요?

  아몬드 : 저도 같은 생각을 했어요. 피쿼드 호의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보면서 참 많은 걸 느꼈어요. 특히 에이허브 선장의 모비딕을 향한 집념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목적을 향한 집념이 없다면 인간이 사는 의미도 없다고 생각하는 편인데요. 그 집념을 무참히, 그리고 허무하게 날려버리는 모비딕을 보면서 결국 인간이 순응할 수밖에 없는 운명 혹은 자연이 떠올랐습니다. 

호두 : 늘 사전 지식 없이 책을 접해보는 편이라. 상징주의 문학의 걸작이라고 꼽히는 모비딕이지만 이를 악과 선의 대결, 혹은 멜빌의 삶을 빗댄 것이라는 등의 대표적인 해석을 떠올리긴 어려웠습니다. 다만 인간은 누구나 형체 없는 무언가에 대한 두려움 혹은 증오의 감정을 가지고 있고, 그 감정에 잡아먹히는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고 생각해요. 저마다의 다른 해석이 있겠지만, 저는 누구나 깊은 가슴속에 가지고 있을 형체 없는 두려움, 혹은 절대 손이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는 상징적인 목표 등이라고 이해했습니다.

  피스타치오 : 비극적인 결말로만 '모비딕'이 상징하는 게 무엇인지 단정 짓는 건 어렵다고 봐요. 저는 책에서 작가가 우리들에게 어떠한 정신을 전달한다기보단 그냥 작가 스스로 고래라는 존재에 대해 심취해있고, 고래를 향한 순수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써내려 갔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당장 책 속에서 의견이 대립하는 '에이해브'와 '스타벅'의 두 사람 그 누구에게도 작가가 기울여 있지는 않았잖아요. 모비딕은 그저 나를 흥분하게 하고, 살아가게 하는 삶의 자양분이자, 그렇기 때문에 쏟는 과도한 에너지로 심하게는 죽음으로 이끄는 (책에서 말하는) "바다"와 같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모순적인 삶을 말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