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깐! 여기부터 스포주의! 🚨

책을 읽고 오시면 더욱 재미있어요 

#1 <이방인>에 대한 짧은 감상평, 견과류단의 찬사!

6인6색 견과류들이 책을 읽고 느낀 전반적인 감상

뿔난 아몬드 : 담담하면서도 솔직한 표현에 동질감을 느꼈던 것 같아요. 인위적으로 감정을 표출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엄마가 죽었는데 난 그렇게 안 슬펐다. 그런 사람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감정이 메말라서가 아니라, 슬픔을 내놓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는 거죠. 그래서인지 감정을 밖으로 꺼내놓는 뫼르소만의 방식, 그 건조하면서도 진중한 모습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것 같아요.

차가운 마카다미아 : 요약하자면 ‘뜬금없지만 뜬금없지만은 않은 소설’이었어요. 몇몇 장면들이 너무 강렬해 우리와 관련 없다고 느껴졌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나와 가까운 어떤 모습에 대입할 수도 있었기 때문에 뜬금없지만은 않았다. 그리고 오히려 뜬금없게 느껴지는 이야기다 보니까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이유를 찾게 되었던 것 같아요. 해석할 여지도 많았고요.

혼돈의 건포도 : 저는 기와 결이 완벽했던 작품이었다라고 생각했어요. 얼핏 봐선 감정선도 부자연스럽고 내적 논리도 어딘가 헐거운 캐릭터인데, 어쨌든 따라가게 만들거든요. 그런 부분이 이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느끼게 하는 빌드업이고 말씀드렸던 '기'와 '결' 구간의 힘인 것 같아요. 어딘가 이상한 캐릭터지만 우리를 집중하게 하고 사로잡았으니까요. 특히 마지막 신부에게 절규하듯 외치는 장면이 인상 깊었어요. 자신의 삶을 증명하고자 하고, 거짓되었다고 느끼는 무언가에게 힘있게 항변하는, 유치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장면이지만 힘 있고 좋았거든요.

따뜻한 피스타치오 : 완벽하게 잘 쓴 소설. 전하려는 얘기 자체가 분명한 소설인데 듣기 거북하지 않게, 입체적으로 세련되게 잘 썼고, 무엇보다도 재미있어요. 재미있다. 이게 소설의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해요. 배경을 제한하고 인물도 얼마 없고 사건도 어찌 보면 굉장히 단순한 이 소설이 재밌는 이유는 앞서 말씀해 주셨듯 우리가 공감할 수 없던 영역을 공감할 수 없게 하는 힘에서 우러나온다고 생각하거든요. ’내가 진짜 울어야 될 상황이 왔는데 울지 못하면 어떡하지‘, ’나는 얼마만큼 사회에서 일컬어지는 보통 인간‘에 가까운가 이런 보편적인 실존의 문제를 아름답게 다뤘기에 이렇게 불분명하고 추상적인 얘기를 하는데도 몰입할 수 있었던 거죠.

외유내강 캐슈넛 : 깊이 있는 생각들을 다 담아낸 소설. 그래서인지 한 번 놓치면 좀 따라가기 힘든 책이었어요. 한 번 집중하면 쭉 읽히는데 도중에 틀어지면 다시 읽게 되었던 것 같아요. 깊이가 있는 책이었지만 한편으론 어느 정도 집중력, 독해력을 요구하는 책이라고 생각했어요.

반건조 호두 : 저는 너무 재밌게 읽었어요. 다 읽는 데 두 시간도 채 안 걸렸거든요. 특히 주인공이 인상 깊었어요. 뫼르소는 자기가 세운 기준 속에선 굉장히 '잘살고 있는' 인물이거든요. 하지만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소설 속 시대나 지금이나 곱지 않고요. 본인의 이념에 맞춰서 살아가는 캐릭터의 독특하지만, 어딘가 공감이 되는 하루하루를 담아낸 것 같아서 신선했고 재밌었고, 비교적 인간의 다양성이 덜 조명되었던 시대에 이런 캐릭터를 등장시킨 이 작품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상한 검사 아몬드 : 잘 살고 있다기엔, 살인을 했잖아요.

그렇긴 한 변호사 호두 : 음…… 그렇긴 하죠.😅

#2 이방인, 그래서 이게 왜 명작인데? 왜 봐야 해?

혼돈의 건포도 : 명작에는 명장면이 있는 법. 저는 마지막 법정 장면이 굉장히 흥미로웠어요. 정념에 상념이 섞이는 장면인데 뫼르소는 검사의 정념과 무논리에 정념으로 대응하지 않고, 어딘가 논리적인 분위기를 주는 뫼르소만의 상념으로 대응하거든요. 그래서인지 사람이 유령과 싸우고 유령이 사람이랑 싸우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몰입되는 재밌는 장면이었어요.

뿔난 아몬드 : 저는 제목이요. 이방인. 제목부터 너무 치트키에요.

차가운 마카다미아 : 제목이 매력적이긴 한 것 같아요. 인간 실격이랑 좀 비슷한 결인 것 같고요. 사람들은 삶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지만 뫼르소는 죽음에서 삶의 의미를 찾다 보니 보통 사람들과는 다르게 삶과 죽음의 세계를 받아들인다고 생각해서 stranger, 이방인 같다고 느꼈어요. 만약에 다른 제목을 붙여본다고 하면 밀란 쿤데라 소설 중에 <무의미의 축제>라는 책이 있는데 그 제목이 바로 떠올랐어요. 따로 알아보니 알베르 카뮈가 부조리라는 키워드로 유명하더라고요. ‘부조리'라는 말이 직접적으로 나오기도 하고요. 다만 저는 부조리라는 단어보다는 무의미라는 단어가 소설을 읽으면서 많이 떠올랐기 때문에 무의미의 축제라고 붙여보고 싶어요.

반건조 호두 : 저는 좀 사소한 부분에서요. 혹시 페레 영감 이야기는 다들 어떠셨어요. 개를 학대하면서도 사랑하는 노인 이야기요.

혼돈의 건포도 : 그 부분, 저도 찡했어요. 항상 세상을 차갑게만 바라보던 뫼르소의 시선에 온기가 담기는 느낌?

차가운 마카다미아 : 저도 이 부분 때문에 눈물이 핑 돌았어요. 학대가 맞긴 하지만 문학 안에서 바라보니까 거칠어도 사랑으로 느껴졌거든요.

뿔난 아몬드 : 위험한데 🙄

혼돈의 건포도 : 애매한 독백, 묘사가 많아요. 그만큼 선인지 악인지 쉽게 구분할 수 없는 것들이 이 소설 속엔 너무 많기도 하고요.

따뜻한 피스타치오 : 교과서적인 인물을 등장시켜서 인물의 윤리관, 가치관에 동조하게 하는 소설이 아닌. 반쯤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을 내세워 의심과 불신 속에서 실존에 대한 해답에 다가서게 하는 소설이라 느꼈어요. 저는 이런 ’독자를 생각하고 고민하게 하는 힘‘이 명작의 필요충분조건이 아닐까 싶거든요. 정형화되지 않은 서사를 각자 다르게, 다양하게 바라보게 하는 힘이 이 작품 속에 있었던 것 같아요.

#3 뫼르소, 방아쇠를 당겨라

여름이었다... '왜'를 쉽게 판단할 수 없는 우리들의 인생. 

차가운 마카다미아 : 저는 이 사람 그냥 더위 먹은 사람 같았어요. 도저히 왜 이랬는지… 어머니한테 냉담한 태도를 보인 이유는 계속 물음표였다가 마지막에 신부님한테 외치는 장면에서 답을 얻었거든요. 근데 방아쇠 당긴 이유는 아직까지도 모르겠고... 그냥 더위 먹은 남자로밖에는 안 보입니다.

반건조 호두 : 그렇게 무의식적으로 움직이고, 욕망하는 성격이 아니지 않나요. 그전에 뭔가 아무 사전 설명이 없이 그렇게 햇빛 때문에 갑자기 총을 쏜다? 왜? 옆에 사람을 때려도 가만히 있고 개를 때려도 가만히 있더니 어떤 것 때문에? 🤨

뿔난 아몬드 : 왜? 결국 햇빛이 너무 강렬해서 쏜 거예요. 이 행위가 뫼르소라는 인물을 정확히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엄마가 죽어도 안 울었거든요. 하지만 햇빛 때문에 그냥 사람을 쏴요. 엄청난 갈등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그냥 이런 사람인 거예요. 어떤 삶은 그렇게 정의될 수도 있는 거고 나는 그저 나로서 행동한다. 그게 끝인 거죠. 그래서 갈등보단 충동을 높도 있게 서술한 게 아닌가 싶어요.

따뜻한 피스타치오 : 좋은 부분을 지적해 주신 것 같아요. 뫼르소가 어떤 인간이고 왜 이런 짓을 했는지 사실 몰라요. 다 읽어봐도 모르겠고요, 하지만 우리도 가끔 이런 혼돈을 겪으니까, 공감할 수 있는거죠. 한 가지 더 짚자면 이 소설 안에서 뫼르소의 내적 논리 자체는 일관되게 나타나 있잖아요. 뫼르소는 한 번도 뫼르소답지 않은 행동을 한 적이 없어요. 태양 때문에, 햇빛의 강렬함 때문에 사람을 죽였다. 다른 소설에서 이런 소리 했으면 바로 덮는데, 지금까지 이런 행동을 보여 온 뫼르소니까 이럴 수 있겠구나. 그게 뫼르소라는 인물의 내적 논리고 뫼르소만의 개연성이 아닐까요. 이 소설의 색채라고 볼 수도 있겠고요.

외유내강 캐슈넛 : 이해하려고 하면 안 될 것 같아요.

따뜻한 피스타치오 : 나는 엄마가 죽었는데 이렇게 행동을 해, 나는 내가 다르다는 걸 알지만 문제 될 건 없어. 나를 움직이는 건 죽은 상념이 아닌 실재하는 감각이야. 약간 이런 스탠스가 기조에 있어서 돌발적인 행동이 이상하게 느껴지진 않았던 것 같기도 하고요.

반건조 호두 : 어머니 장례 행렬 따라갈 때도 똑같이 햇빛이랑 뜨거운 바람, 모래 이런 거에 대해서 엄청 길게 묘사가 있어요. 근데 그때도 기억이 잘 안 났다 그래요. 돌이켜보니 너무 힘들었던 거예요. 자극과 감각을 통해 세상을 받아들이는 캐릭터라고 느꼈어요. 어떤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이 있어도 뫼르소는 구체적으로 그려낼 수 없을 것 같아요. 감각이 너무 강렬하니까요. 해변에서도 그 태양빛이 자기 눈을 뽑아내는 것처럼 아팠고, 아랍인이 꺼낸 단도에 태양빛이 반사됐잖아요. 그게 공격처럼 느껴졌던 게 아닐까요? 그만큼 감각에 예민했던거죠. 그래서 뫼르소가 감각할 수 없는 실존을 계속해서 의심하고 어머니의 죽음, 나아가 자신의 삶조차 쉽게 규정짓지 못했던 게 아닐까요? 감각을 통해 실존을 경험하는 남자, 뫼르소 입장에서 한마디 하자면 감각할 수 없다면, 이유가 있더라도 찾으려고 하지 말자! 정도가 될 것 같아요.

#4 관념의 바다에서 명문장을 낚다

문장의 바다 한가운데, 나만의 이방인을 찾아서

혼돈의 건포도 : 마지막에 이러한 문장이 나오잖아요.

“신호들과 별들이 가득한 이 밤을 앞에 두고, 나는 처음으로 세계의 정다운 무관심에 마음을 열고 있었던 것이다. 세계가 그토록 나와 닮아서 마침내 그토록 형제 같은 것을 깨닫자, 나는 전에도 행복했고, 지금도 여전히 행복하다고 느꼈다.”

정다운 무관심이라는 표현이 이상하게 끌렸어요. 사형을 선고받은 주인공이 자신의 삶을 평가하면서 쓰는 이 표현이 역설적으로 느껴지면서도 어딘가 오싹한 느낌을 줬거든요. 뫼르소가 지금 사형선고를 받게 된건, 인간이라면 가져야 하는 감정이나 행동 그리고 도덕을 구분짓지 못해서잖아요. 그런데 그런 뫼르소가 우리에게 어떠한 것도 강요하지 않는, 그대로 존재하는 도덕과 선이 존재하지 않는 자연의 세계를 보면서 자신과 너무 닮았다고 생각해 형제라고 느낀 것 같다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정다운 무관심’이라고 표현한 게 아닌가 싶었고요. 어떤 초월의 단면을 봤던 것 같아서 인상적이었어요.

외유내강 캐슈넛: 정다운 무관심이라고 적혀져 있는 걸 봤을 때 뫼르소 성격에 정확히 들어 맞는 말이라 생각했어요. 자기 할 건 하고 남이 부탁하는 것도 무심하게 해줘요. 남이 안 해줄 법한 것도 그냥 해주고. 그래서 이게 딱 뫼르소를 표현하는 말인 것 같긴 해요.

따뜻한 피스타치오: 저는 이 부분. 법정 장면 중에 뫼르소를 빼놓고 사람들이 뫼르소에 대해 논하잖아요. “그런데 대체 누가 피고입니까 피고는 중요한 존재입니다. 나도 할 말이 있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말을 해놓고,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 보면 내게는 할 말이 아무것도 없었다” 요. 이게 방금 말씀하신 자연에 가까운 뫼르소의 형질을 말해주는 동시에 우리도 반쯤 공감해봤던 어떤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거든요.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서 되게 얘기를 많이 하는데 내가 이런 사람은 아닌 것 같아 근데 나에 대해서 말하라면 잘 말하지 못하겠어, 같은.

뿔난 아몬드 : 저도 하나 말할게요. ‘모든 것이 완성되도록 내가 외로움을 덜 느낄 수 있도록 사형되는 날 다들 증오의 함성으로 나를 맞아주었으면 좋겠다.’ 이 부분이 이율배반적인 느낌을 줘서 좋았어요. 해석할 수 없었지만 그 자체로 여운을 남기는?

차가운 마카다미아 : '어머니를 사랑했지만 그것은 아무 의미도 없고 건강한 사람이라면 누구든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바라는 일이 조금은 있다.' 이런 표현이 있는데, 누구나 한 번쯤은 해본 생각이 아닐까......어딘가 오싹하면서도 다정한 문장이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