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문학, 사실 우리 모두가 사랑했다?!

장르문학은 SF, 판타지, 추리, 미스터리, 스릴러, 공포 등 장르적 관습을 따르는 문학을 말합니다. 장르적 합의에 따르기 때문에 설정을 설명하기 위해 불필요하게 초반부를 소모할 필요도 없고. 현실적, 물리적 제약에서 벗어난 강렬한 인물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게 장르문학의 장점이에요. 해리 포터에서 마법사가 마법을 쓰고 드래곤과 싸워도, 트랜스포머에서 자동차가 갑자기 로봇으로 변신해도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요.

넷플릭스, 유튜브 등에 익숙한 여러분이라면 아마 한 번쯤, 작품의 간단한 소개와 설명만 읽고도 이 작품이 어떤 소재로, 어떤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를 들려줄지 예측해 보셨던 경험이 있으셨을 것 같아요.

장르에서 키워드로. 요즘 핫한 키워드 알아보기 📚 →🔖

앞서 말씀드렸듯 장르문학의 가장 큰 장점은 독자가 들어올 수 있는 친근한 입구를 만들고, 이를 하나의 자장(磁場)으로 확장해 나간다는 점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리처드 매드슨이 발표한 공포소설 『나는 전설이다』 는 한 남자가 지구에 홀로 남겨져 흡혈귀들과 사투를 벌이는 소설입니다. 아마 윌 스미스 주연의 영화로 만나보셨을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나는 전설이다』는 이후 많은 장르문학 창작자들에게 영향을 주었는데요. 조지 A. 로메로 감독의 '시체 시리즈'는 물론이고 스티븐 킹은 자신의 장편소설 『셀』에 리처드 매드슨에게 바치는 헌사를 적어 놓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나는 전설이다』는 공포소설이라는 장르에서 출발했지만 이후 ‘아포칼립스’, ‘좀비’, ‘생존물’ 등 다양한 키워드로 분화되는 여러 작품에 영향을 주었는데요. 비슷한 느낌으로 '타임 루프'부터, '신체강탈자', '어반 판타지', '고딕', '나폴리탄 괴담'까지…최근의 장르문학은 장르 그 자체보다는 키워드 자체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는 아마도, 현대에 이르러 많은 사람들의 취향이 세분되고 있기 때문은 아닌가 싶은데요.

키워드 중심의 장르 콘텐츠 소비가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은 특정 단어를 기반으로 취향을 저격해오는 넷플릭스 큐레이팅, 물 흐르듯 주제가 이어지는 유튜브 알고리즘 등에 익숙한 분들이라면 한 번쯤 피부로 느껴보셨을 법한 시대적 흐름이라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요즘 출판계 역시 이러한 '흐름'을 빠르게 캐치해 키워드 중심으로 도서를 기획하고, 마케팅을 펼치는 모습을 보이는데요. 그렇다면 어떤 키워드들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을까요?

지금부터는 바이트북이 주목한 세 가지 키워드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두 번째는 ‘초월’이에요. 키워드의 장점을 세분화라 소개했던 것과 반대되는, 다소 추상적인 키워드라 조금 당황하셨을 수도 있으셨을 것 같은데요.

『초월하는 세계의 사랑』은 그런 이율배반마저 짐짓 모른 척하고 여러분께 소개해드릴 만큼, 서사 자체로 강력하고 매력적인 ‘초월’ 이야기들이 모여 있는 엔솔로지 소설집입니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의 김초엽 소설가, 『천 개의 파랑』을 쓴 천선란 작가 등 김수영문학상, 한겨레문학상,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순문학 소설가부터 디스토피아 좀비물 『칵테일, 러브, 좀비』로 큰 사랑을 받은 조예은 작가까지, 다양한 작가들의 이야기가 마음 속 몽글몽글하게 피어오른 추상적 감정들을 '초월'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 잘 닫아주는 소설집이에요.

초월이라는 다소 불투명한 키워드가 오히려 독자들의 상상력을 극대화하는 요소가 되진 않았나 싶었어요. 실제로 초월이라는 불투명한 키워드로 인해 오히려 경계선 없는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된 굉장히 완성도 높은 엔솔로지 소설집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는 작품집입니다.

이제는 다소 무리한 듯 보였던 저희의 추천이..조금은 납득이 가실까요? 😅

신체강탈자는, 잭 피니 원작의 1955년작 소설 『The Body Snatchers』로 유명해진 키워드입니다. 외계 생명체가 인간에게 침투하여 그 사람과 똑같은 복제인간을 만들고 원래 인간은 사라지게 만드는데, 이런 복제인간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이웃이나 친구 심지어 가족조차도 믿을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다는 것이 신체 강탈자 키워드의 핵심인데요.

이번에 출간된 『내 몸을 임대합니다』에는 타인의 신체를 뺴앗는 신체 강탈자를 소재로 외계인의 지구 침공부터 별스런 가상현실 속 추격전, 몸을 자유로이 대여하는 근미래 SF까지 기상천외한 상상력으로 집필된 작품들이 실려 있어요. 신체 임대가 빈번해진 근미래의 모습을 현실 풍자와 기발한 상상력으로 풀어낸 「맑시스트」부터, 외계에서 온 미지의 생명체들이 인간의 몸을 잠식한다는 원래 설정에 충실한 「믿습니까」, 게임 속 내용이 외계의 다른 행성과 연결되어 있었다는 설정의 「트루플래닛」, 콜드 슬립에서 돌아온 누나의 기이한 이타적 변화를 다룬 「자애의 빚」까지, 같은 소재로 썼다는 걸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다채롭고 풍성한 이야기들이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소름이 쫙 돋는 '신체강탈자'라는 키워드로 이처럼 따뜻하고 복잡한 이야기도 할 수 있구나. 감탄하면서 읽게 되는 작품집이에요.

이상으로 바이트북만의 새콤달콤한 장르문학·키워드 안내를 마치겠습니다.

경계를 허무는, 통섭의 시대라고도 하죠? 이번 여름은 매력적인 키워드들을 벗 삼아 장르문학이라는 새로운 세계로 건너가는, 여러분들만의 독서 여행으로 나만의 휴가를 즐겨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